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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 그리고 책 속의 사연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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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 좋아하세요?

 

 책이란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글쓴이의 수많은 생각들, 그리고 책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등장인물들의 갈등, 저마다의 사연. 책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서야 세상에 나타난다. 그래서 책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도 아직까지 전 세계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것. 그것이 바로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오래된 책들을 찾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휴일이 되면 종종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까지 찾아가 오래된 책들을 구경하고, 그러다가 눈에 들어오는 고서들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구매하기도 한다. 물론, 너무 오래된 책들은 구매하였다 하더라도 읽기 힘들만큼 낡아있기 때문에 그냥 보관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래도 내 방 서재 속에서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는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기분 좋은 웃음이 지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평소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에 드는 제목과 내용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는 편이기 때문에 특별히 일반문학을 즐겨읽거나 하진 않는다. 그러나 추리소설의 경우 뻔한 클리셰, 글을 읽는 동안 "저 사람은 반드시 범인이다."라고 느껴질 만큼의 눈에 띄는 장치들이 자주 잡히기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은 달랐다. 추리소설에서 흔하게 다루는 '살인 사건'이 아니라, 오래된 책 속에 담겨있는 그들만의 사연. 소중한 기억들에 대한 '인생의 드라마'를 찾아가는 정적이면서도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고서당의 이야기들은 내 흥미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오래된 책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답니다

 

 아무래도 작가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소설 속에 등장하는 책들은 주로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등 일본의 문학계를 이끌었던 거장들의 책들이 주로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책을 읽는데 불편함을 느낄 이유가 되진 못하였다. 중요한 주제는 그들의 책이 '사회적으로 어떤 물의를 일으킬만한 장치'로 작동한 것이 아니었다. 그 유명한 거장들의 책은 그 책을 가지고 있었던 당시 사람들에게 때때로 '비밀연애편지'가 되기도 하였고, '어머니의 사랑'이 되기도 하였으며, '자식들에게 물려줄 값비싼 유산'이 되기도 하는 등, 말 그대로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질 정겨운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에게 책에 담긴 사연을 풀어달라 요청하는 이들 역시 저마다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집 정리를 하다가 이런 책이 나와서요."

"아버지께서 이 책을 제게 물려주셨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는 책일까요?"

 그들의 사연은 대체적으로 미스터리를 불러 일으키지만, 누군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내용들이 아니라 소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등, 굳이 이름을 짓자면 '힐링 미스터리'를 말할 수 있겠다. 때문에 이 책은 잔잔하게 흘러만 간다. 또한, 약간의 로맨스적인 요소가 담겨있기 때문에 은은하게 풍겨오는 달달함에 취할 수도 있다. 

 

입체적인 매력의 주인공

 내가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이유를 꼽자면, 바로 책에 담긴 인물들의 사연에서 오는 감동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입체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평소 소심하지만 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묘한 애정까지 품은 여주인공이 뛰어난 두뇌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 그녀는 심지어 고서당에 쌓인 책을 정리할 때마다 얼마나 즐거운지 어설픈 휘파람 소리까지 낸다. 그리고 그를 남몰래 연모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남자 주인공. '오래된 책'을 전문으로 하는 고서당에서 일하는 그는 책만 보면 숨이 가빠져 전혀 책을 읽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이런 둘이 모여 부모님이 선물해 준 책,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게 해준 책 등, 여러 가지 책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면서 밝혀지는 진실을 사건별로 보다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는 일상 힐링 미스터리였다.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슬프고 안타깝게 독자들의 감정 변화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필력에 절로 극찬을 보내게 된다.

 전체적으로 자극적인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잔잔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스토리 자체에 은은한 울림이 가득하기에 약간 옛날 동화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때문에 이런 요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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